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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하루4

아침을 기다림 개울 아래쪽 인가의 보안등 불빛 하나, 그것뿐인 밤은 쓸쓸하다.이곳은 좁고 다른 세상은 아득하다. 잠이 깨면 블라인드 틈을 뚫고 들어온 그 보안등 빛이 비친 벽을 바라보고 반가움을 느낀다.새벽이 오기를 기다린다.눈을 감고 잘 못 살아온 것, 지금 살아가고 있는 생각을 좀 하다가 또 새벽을 기다린다.어렵게 새벽이 온다. 이제 그렇게 기다리지 않아도 곧 날이 밝고 이어서 해가 뜬다.경이롭다. 해 말고는 마땅히 바라볼 만한 것이 없는 시간이다.나무들도 다른 것들도 모두 해만 바라본다.종일 무슨 일을 마련할 수는 없다 해도 어김없이 해가 떴다는 사실은 경이롭다.생각지도 않은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다.그 고마움,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2025. 2. 23.
이 하루하루 나는 종일 몇 마디 말을 하지 않는다.그 몇 마디 때문에 나의 하루는 길어진다.그렇지만 아침에 잠이 깨어 일어나고, 저녁에 잠자리를 마련할 때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는 걸 의식한다.눈 내리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날의 그 시간이 머릿속에 엊그제 일처럼 찍혀 있는 날짜를 따져보면 이미 다섯 달이 지났고, 다시 5개월쯤 지나면 또 눈이 내리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 시간과 순간의 의미이다. 2024. 8. 1.
새들의 불평 혹은 비난 일찍 일어났다. 늦은 줄 알고 스트레칭을 다 하고 나서 시계를 봤더니 아직 다섯 시 반쯤이었다. 좀 속은 느낌이지만 다시 눈을 감아봤자 스트레칭을 해버렸으니 잠이 올 리 없다.아침식사를 했는데도 일할 시간이 되지 않았다.뭘 좀 들여다보다가 나갈까 하고 어정대는데 새소리가 들린다. 왁자지껄, 저희들끼리 야단이 났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고, 불평 혹은 비난을 늘어놓는 것 같다. 식사 마쳤으면 나오지 않고 뭐 하고 있나? 뭘 꾸물거려? 요즘은 해가 일찍 뜨는 거 몰라? 중천이야, 중천!참 나... 일단 나가보았다.조용하다.이것들이 어디로 갔지?차근차근 준비해서 나가려고 들어왔더니 이런! 바깥은 다시 시끄럽다.얼른 준비해서 분주히 나갔다.서늘하던 공기는 겨우 열 시가 되자마자 한여름 뙤약볕처럼 뜨겁다.얼.. 2024. 4. 27.
하루 또 하루... 나는 아침 6시가 되기 전에 일어난다. 이후의 시간은 나 몰래 흘러서 금세 저녁이 되고 서성거리다 보면 깊은 밤이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가는 걸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다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포기 상태가 되었다. 2023.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