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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플루타르코스4

늙으면 왜 지겨운 사람이 될까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어서일까, 교육부에 들어가 맨 처음 만난 사람 중 한 명인 C가 찾아오겠다며 '쐬주 한 잔 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아달라고 했다. 모처럼 만나면 어색할까봐 그랬겠지, 우리가 다 아는 사람 둘을 대며 함께 가도 좋겠느냐고 물었다. 네 명이 반갑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을 때 이 자리를 마련한 그에게 감사 인사 겸 근황을 묻고 싶었는데, 교육부 근무 기간이 겨우 2년 정도였지 싶은 O가 이야기를 시작했고 '이제는' '이제는' 하며 우리도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지만 그는 아예 잠시도 틈을 주지 않았다. 누가 서두만 꺼냈다 하면 말도 끝내기 전에 그가 얼른 받아서 늙으면 뼈를 조심해야 하고, 근육은 한번 생기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간다느니, 인대는 구조가 어떻.. 2023. 5. 7.
왜 자꾸 화가 나지?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 플루타르코스 윤리론집 《수다에 관하여》 중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 천병희 옮김, 숲 2010 지나가는 사람을 공연히 때리고 죽이고 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아내는 나더러 조심하라고 합니다. 하기야 가까운 사이에도, 부부간에도 화가 나서 싸우고 죽이고 했다는 뉴스도 보게 됩니다. 지난번에 읽은 플루타르코스의 윤리론집 《수다에 관하여》에는 몇 가지 이야기가 합본되어 있었습니다.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도 그중 한 가지인데 대화체로 되어 있었습니다. 밑줄 쳐 놓았던 문장들입니다.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평생을 치료가 필요한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무소니우스) 이성이 치료제 역할을 할 경우 (...) 혼 안에 남아 우리의 판단을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일세.(63) 분노는 이성을 집에서 완전히.. 2021. 2. 8.
플루타르코스 《결혼에 관한 조언》 플루타르코스 윤리론집 《수다에 관하여》 중 《결혼에 관한 조언》 천병희 옮김, 숲 2010 짧은 글을 골라서 몇 군데 발췌했습니다. ☞☞ 2 ☜☜ 보이오티아 지방에서는 신부를 베일로 싼 뒤, 머리에는 아스파라거스 화환을 씌워준다오. 이 식물은 가시투성이라도 가장 부드러운 열매를 맺지요. 그와 같이 신부가 처음에 반항하거나 새치미를 떼도 물러서지 않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 신랑에게, 신부는 부드럽고 달콤한 결혼생활을 선사할 것이오. 젊은 여인의 첫 투정을 받아넘기지 못하는 남자들은 포도알이 시다고 해서 다 익은 포도송이를 남에게 넘겨주는 사람보다 나을 게 없소. 갓 결혼한 여인들도 흔히 첫 경험 때문에 남편에게 싫증을 내는데, 그들은 벌침을 잘 참고 견디다가 벌집을 놓아버리는 사람들과 같소.(212~213).. 2021. 1. 11.
플루타르코스 《수다에 관하여》 플루타르코스 윤리론집 《수다에 관하여》 천병희 옮김, 숲 2010 그동안의 수다, 쑥스럽고 미안합니다.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또 그러거든 부디 "또 또 또!" 하신 다음 크게 나무라십시오. 다른 정념과 폐해는 대개 위험하거나, 역겹거나,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수다는 이 세 가지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수다쟁이는 진부한 얘기를 하다 웃음거리가 되고, 반갑잖은 소리를 전하다가 미움을 사는가 하면, 비밀을 지키지 못해 위험에 처한다.(26~27) 확실한 것은, 말을 하지 않아 이득이 된 경우는 많아도, 말을 하여 이득이 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은 것은 언젠가 말할 수 있어도, 일단 말한 것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그것은 엎질러진 물이다.(29) 오뒷세우스는 신체.. 2020.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