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만지는 남자1 김숨(단편소설)《파도를 만지는 남자》 김숨 단편소설 《파도를 만지는 남자》(문장 발췌) 「현대문학」 2022년 1월호 * 흰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가는 내 모습을 부모님께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 가을 선생님, 혼자서 갈 수 있어요? * 가을 선생님, 혼자서 잘 찾아가야 해요. * "나도 너희와 같단다. 그래서 너희의 모습을 보지 못한단다. 내게 너희 목소리를 들려주겠니?" * "우리 서로의 목소리를 기억하도록 하자." * 열여덟 살 여름방학 전까지 보이던 버스 번호판이 안 보였어요. 나는 버스를 잘못 탈까봐 두려웠어요. (...) 내 눈이 멀었다는 걸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 나는 기다려요. 낯선 곳에 가면 그곳의 소리들이 내게 길을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려요. 세상의 소리들은 내게 길을 만들어줘요. 차들이 도로를 달려가는 소.. 2022. 2.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