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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치매 검사2

그러니까 적어 놔야지! 가령 비닐봉지를 찾으러 가다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구나 싶어서 전등부터 켜면 비닐봉지는 잊는다. 영영 잊기도 하지만 흔히 나중에 어처구니없어하게 된다.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면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적어 놔야지!"적어 놓는다고? '비닐봉지 하나 가져오기' 이렇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가정연락부처럼?어이없는 충고지만 못 들은 척한다.건망증이 심해지는 현상은 당사자인 나는  '그 참 재미있구나' 싶어도 아내는 싫어한다. 저러다가 치매가 오면 우린 이도저도 끝장이다 싶겠지? 끝장은 오고야 마는 건데... 그럴 때 나는 아내에게 그러겠지? "당신 누구야? 누군데 내게 이래라 저래라야? 정체를 밝혀!"TV에서 치매 이야기 하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저러다가 끝에 건강식품 선전한다! 틀림없다!"고 하면 .. 2025. 4. 9.
필립 톨레다노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필립 톨레다노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DAYS WITH MY FATHER』 최세희 옮김, 저공비행, 2013 '아버지' '치매' '(부모와) 함께하다' 이런 단어라면 아예 쳐다보기조차 싫을지도 모릅니다. 그 의식에 합리적인 점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좀 과격하게 말하면 "그렇게 해서 망가져 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피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이래저래 많이 망가진 인간입니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한 '사진일기' 혹은 '포토 에세이'입니다. 일기(에세이)의 주인 필립 톨레다노는 사진작가입니다. 아버지는 작은 쿠키들을 가슴에 올려놓고 "내 찌찌 봐라!" 하며 웃습니다. 며느리에게 "죽여주는 몸매"라고 칭찬하기도 합니다. '성 폭행'입니까? ……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가 그리운지 .. 2013.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