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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취미2

"야, 이놈들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고달픈 삶이랄까, 그 이전이 보잘것없는 세월이었다면 이후는 고달픈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한 일들이어서 말하자면 나는 세월에 끌려다녔다. 그럭저럭 책은 좀 읽었다. 그건 국어를 가르쳐주신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덕분이었다. 굽이굽이에서 그분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중학교 담임도 국어 교사였는데 그는 취미란에 '독서'를 써넣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온갖 창피를 다 주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고 필수라느니 이제 온 국민이 독서를 생활화해야 한다느니, 무엇보다도 독서를 밥 먹듯 해야 한다느니... 그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독서에 힘쓰지 않고 돈 버는 일에만 매진하는 게 마치 중학교 1학년에 갓 입학한 내 잘못인양 한 시간 동안 나를 세워놓은 채 그렇게 지껄여대는 바.. 2023. 12. 13.
"재미없는 인생"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남들도 그렇다고 말하고 나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할 줄 아는 잡기雜技가 없고 이렇다 할 취미도 없다. 바둑이나 장기는 물론이고 그 흔한 화투나 카도놀이도 배우지 못했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으며 낚시나 테니스 같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취미에 빠져본 적이 없고, 한 가지 물건을 모으는 수집가 취미도 없다. 취미를 묻는 신상명세서의 빈칸 앞에서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써넣을 말이 없다. 휴일을 위해 훌륭한 취미들을 가지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책을 좋아하지만 그것을 과연 취미라고 불러도 되는지, 그랬다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것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서점에 들어가서 책 구경을 하고 있으면 며칠이라도 그렇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고.. 2022.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