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2 한복 차림 서울여인 # 1966년 삼각지 로터리 어디쯤이었습니다. 몇몇 집에서 저녁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배가 더 고팠습니다.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는데 하필이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안개가 자욱했습니다. 저기쯤 치마저고리를 입은 새색시가 보였습니다. 비를 맞는 건 똑같은데 그녀는 곧 사랑하는 이와 만날 것이어서 다 괜찮았습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는, 저녁 준비를 해놓고 골목 어귀에 나와 기다리는 그녀가 부끄러워서 다정한 표정만으로 그녀를 포옹해주며 집으로 들어갈 것인데 나는 집도 없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예쁜 여인을 처음 보았습니다. 변함없이 암울한 한 해였고 세상이 돌연 다채로운 빛깔로 보이게 된 한 해였습니다. # 1971년 교사가 되어 시골 학교에 발령받은 나는 3년째에 6.. 2020. 12. 20. 잊히지 않는 밥상 (1) 잊히지 않는 밥상 ⑴ 아침의 서울1호선 1 그 밥상을 떠올리면 너무 멀리 와 있는 느낌입니다. 거기 그날들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괜히 이렇게 떠나와 있고 어쩌면 그날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 듯한 느낌일 때도 있습니다. 나는 오십여 년 전에 초등학교 교사 발령을 받아서 첫 해에 4학년.. 2019. 6.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