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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집으로 가는 길2

집으로 가는 길 광야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이미 몇 번째인지,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매번 그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낯익은 곳이라도 있나 싶었지만 번번이 엉뚱한 곳이었습니다.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지하 1, 2, 3층…… 파헤쳐 놓은 공사장 같은 커다란 웅덩이가 된 곳에 있게 되었습니다. 몇 번의 지각변동을 겪고 그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얼기설기 튀어나온 부분을 따라 안간힘을 써서 올라갈 수 있었고 온몸을 휘감은 덩굴도 걷어냈습니다. 그곳은 지평선도 보이지 않는 광활한 초원이었습니다. 핸드폰을 열어서 '길찾기'에 '출발' '도착' 지점을 입력하자, 이런! 그 화면에 내가 걸어오는 모습이 나타났고 걸어오는 사람은 곧 서너 명으로 늘어났는데 서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두 바로 나의 모습이었고 이내 군대 행렬처럼.. 2018. 11. 17.
이스마엘 베아 《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집으로 가는 길》 a long way gone: memoirs of a boy soldier 송은주 옮김, 북스코프 2007 1 "집으로 가는 길"……. '따듯한 길' 책 이름만 들었을 땐 그런 느낌뿐이었습니다. 숲속을 전진해 나가면서 점령하여 기지로 삼은 마을들이 어느새 내 집이 되었다. 우리 분대가 내 가족이었고, 내 총이 나를 먹여 살리고 지켜주었다. 내가 따라야 할 규칙은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뿐이었다. 내 사고도 그 범위 이상을 넘어가지 않았다. 우리는 2년간 전투를 했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과는 살인이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동정심을 느끼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어린 시절은 끝나버렸고, 내 심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달이 뜨고 해가 뜨면 밤낮이 오고 가는 줄만 알지.. 2017.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