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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진품명품2

추억의 백자 목을 움츠리고 몸통을 크게 부풀린 항아리와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젖혀낸 그릇, 느긋한 자세로 때를 기다리는 듯한 연적 등, 그 절제가 가다듬어진 단순한 형태는 물론이고, 형용하기 어려운 유백색의 촉감은 도저히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전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는 백자를 보고 인간이 아닌 다른 어떤 자재自在로운 존재가 만들어서 하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가 이우환 선생의「조선의 백자에 대하여」(《현대문학》 2021년 1월호 234~238)를 읽다가 또 그 술병을 떠올렸다. 평생에 "백자" 하면 나는 그 투박한 술병을 떠올리곤 한다. 그걸 챙겨두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잘해야 초등학생 저학년이었거나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아이가 뭘 보관하고 말고 했겠는.. 2021. 1. 24.
김기창 「청산도」 김기창은 1913년 서울 운니동에서 당시 총독부 토지관리국 직원이던 아버지 김승환과 어머니 한윤명 사이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여덟 살(승동보통학교 2학년)에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청각을 상실한 후 언어 장애의 증세가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의 소개로 이당(以堂) 김은호 화백에게 동양화를 배워 1931년 조선미술대전에 출품하여 1940년까지 6회 입선, 특선 3회를 기록했다. …(후략)… 아내가 거실에 걸린 운보의 저 그림이 진품(眞品)인지 물은 적이 있습니다. KBS의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던 중이었을 것입니다. 서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림 저 아래 왼쪽의 표시를 보라고, 500장의 판화 중 몇 번째라는 표시가 보이지 않느냐고…… 사실은 '비단에 수묵채색'이.. 201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