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지하주차장2

그리운 지하주차장 "지하주차장은 자주 이용하지만 항상 썰렁하고 적막한 느낌이 드는 공간입니다. 음악이 있는 곳은 안정감이 있고, 편안함이 있고,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에, 우리 주차장에도 음악 방송을 송출하여 하루를 여는 아침에는 희망과 즐거움을,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에는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녹여주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음악방송 소리가 크거나, 드물게 세대에 송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선로의 문제로 생활지원센터로 연락하여 주시면 점검 및 소리를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파트 출입구 게시판에서 이 공고문을 보았습니다. 아침에 잠깐 나갔다 들어오며 누군가 크게 털어놓은 음악을 들으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싶었는데('에이, 미친놈...') 이래서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삼십여 년 전이었습니다. 허구한 날 늦.. 2022. 12. 6.
정은숙「멀리 와서 울었네」 멀리 와서 울었네 지하 주차장, 신음 소리 들린다. 방음 장치가 완벽한 차창을 뚫고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울 수 있는 공간을 갖지 못한 사람, 그가 이 깊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자신의 익숙한 자리를 버리고 그가 낮게 낮게 시간의 파도 속을 떠다닌다. 눈물이 거센 파도가 되고 멈춰 선 차들은 춤을 추네. 울음소리에 스며들어 점차 나는 없네. 이 차는 이제 옛날의 그 차가 아니라네. 이 차는 속으로 울어버린 것이라네. 나를 싣고서 떠나가 버렸다네. ―정은숙(1962~ ) 아무도 없는 데로 가서 울어본 적이 있는지. 울려고 가다가 중간에 참던 울음을 쏟아진 적이 있는지. 미처 틀어막지 못한 울음 때문에 두리번거린 적이 있는지. 누구도 오래 머물길 원치 않는 지하 주차장에서 차의 문을 잠그고 .. 2022.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