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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좋은 소설2

이서수 소설 「몸과 여자들」 이서수 소설 「몸과 여자들」 《현대문학》 2022년 3월호 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다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 * 저는 1983년생입니다. 그런 탓에 이 사회가 여성의 몸에 얼마나 냉혹한 잣대를 들이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지요. 물론 1959년생인 저의 어머니보다야 훨씬 나은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작금의 젊은 여성들을 볼 때마다 부조리한 억압과 불평등에 짓눌려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는 평생에 걸쳐 마른 몸으로 살았지만, 저의 몸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저 역시 몸 때문에 트라우마랄까, 피해의식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그것에 대해 말해보려고 .. 2022. 6. 14.
천운영(단편소설) 「아버지가 되어주오」(단편소설) 천운영(단편소설) 「아버지가 되어주오」 『현대문학』 2020년 8월호(84~104) 읽기에 아주 불편한 소설이 있다. 단편소설 중에 자주 눈에 띈다.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편하게 읽히는데도 나타내고 싶은 얘기는 다 하는구나.' 싶었다. 술심부름은 나한테만 맡기셨어. 명자가 받아오는 술이 제일이라 하셨지. 요즘 같으면 아동학대니 뭐니 하겠지만, 난 그 일이 참 좋았어. 술도가에 가면 다들 알아봤지. 서학교 남 선생 딸내미로구나 하고. 병은 딱 반만 채워. 당신 하루 자실 만큼만. 그땐 주전자도 아니고 됫병, 유리 됫병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무거워. 그러니 옆구리에 끼었다가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가 바닥에 내려놨다 하면서 가지. 그렇게 가다 서다 하다 보면 저만치 아버지가 기다리고 서 있는 거야.. 2020.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