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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제자의 편지2

작가가 된 종란을 위해 월간 『한국수필』 7월호 갈피에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연두색 종이여서 눈에 띄었으므로 편지부터 읽었습니다. 편지조차 공개하면 그는 일단 놀라워할 것 같고, 이렇게 하는 게 맘에 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것 저것 따질 형편이 아닙니다. 나이대로라면 "아직 새파란 주제에……" 꼴 같지 않다고 여길 사람도 많겠지만, 나로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건 뭐라고 할까, 약속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이 편지를 다 읽었다고 버릴 수 없고, 그렇다고 어디 넣어서 끌어안고 다닐 수도 없고, 잘 보관한다고 해봤자 별 수 없다는 건 얼마든지 있었던 일이고, 여기 실어두면 안전할 뿐만 아니라 무슨 증거 같은 것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 그가 작.. 2012. 7. 19.
내게 인디언 이름을 붙여준 그 아이 책을 참 많이 읽는 여자애였습니다. 그 학교 도서실의 책은 거의 다 읽어버리고 교장실로 나를 찾아와서 새책 좀 많이 사면 좋겠다고 한 아이입니다. 어떤 종류가 좋겠는지 물었더니 문학은 기본으로 치고 역사, 과학 같은 것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조용하고, 오랫동안 “언제까지라도 멍하니 있고 싶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라는 부제가 붙은 블로그를 갖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2007년 어느 봄날, 내게 ‘거친 바다를 지키는 등대’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습니다. ♬ "교장선생님 같은 분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우리 교육을 걱정하던 선생님도 생각나고, 자주 안부 전하겠다고 굳게 약속하던 선생님들도 생각나지만, 그들의 그 언약은 부질없다는 것을, 사실은 약속을 받아주던 그 순간에도.. 2012.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