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생각3 천하 고얀 놈 같으니라고, 네가 내 제자라니... 이런 일이 있나!식당 매니저란 사람은 나를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잠시 망설임도 없이 뜨거운 삼계탕 그릇을 녀석 앞에 먼저 놓았다. 눈을 내려깐 채였다. 어느 쪽에 먼저 놓아야 하는지 오며 가며 다 봐 놨다는 뜻이 분명했다.그럼, 좋다. 녀석이라도 그걸 얼른 들어서 내 앞으로 옮겨 놓으려는 시늉이라도 하면 될 일 아닌가! 좀 뜨겁다 해도 그렇다. 내가 오죽 잘 대처하겠는가. "야, 이 사람아! 아무려면 어떤가! 그냥 두게! 어설프게 그러다가 사고 나네!" 어쩌고 하면서 말렸을 일 아닌가. 그런데 이런 천하 고얀 놈을 봤나!이 녀석조차 하던 이야기 끝에 지은 그 미소를 그대로 머금은 채 천연덕스럽게 제 앞에 놓인 그 탕을 그대로 놓아둔 채 하던 이야기나 계속하고 있었다.허, 참! 이런 게 다 내 제자라는.. 2024. 10. 9. 그 교실에서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숙에게 (2024.5.31) 숙아! 벌써 오십 년이 다 되었지? 아침마다 우리가 그 교실에서 만나던 날들… 넌 습관적으로 내 표정을 살폈지. 그 모습이 왜 잊히지 않는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넌 6학년 때에도 내내 그대로였어. 아이들은 웃거나 놀리지도 않고 그냥 ‘꼴찌’라고만 했지. 당연한 일이어서 비웃거나 놀리거나 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겠지. 넌 주눅이 들어 있었어. 학교는 주눅이 드는 곳? 네가 처음부터 내 표정을 살펴보며 지낸 건 학교에 주눅이 들어서였던 것이 분명해. 담임이란 언제 어떤 언짢은 소리를 할지 모르는 존재였겠지. 너의 그 표정은 내내 변하지 않았어. 졸업하고는 마음이 편해졌을까? 주눅 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일찌감치 사회로 나갔고 꼬박꼬박 학력(學歷)을 묻는 이 사회 어디서나 ‘초등학교 졸업’이.. 2024. 5. 31. 제자들 생각 이 제자는 38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제자"라고는 하지만, 그해 9월 15일에 내가 그 학교를 떠났으므로1 여름방학 기간까지 합쳐서 겨우 6개월 반 동안 담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슴속 그날들은 지금도 생생하고, 그런 날들의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나를 바라보던 그 '아이'의 표정도 떠오릅니다. 학교에서는 내게 너무 많은 일을 맡겨서 그때 나는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연구학교 보고서도 써야 하고, 시범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교장실·교무실·현관과 복도 환경도 꾸며야 하고, 화단도 보기 좋게 가꾸어야 하고, 연구학교니까 행사도 자주 개최해야 하고, 개인별로는 교무주임 부탁으로 함께 무슨 학습자료도 제작해야 하고, 전국 현장교육연구대회에 낼 보고서도 써야 하고,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최소한으로는 가르치려고.. 2014. 2.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