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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정원2

수레국화의 영광 성희가 나와 함께 지낸 건 37년 전 1년간이었지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성희 남편이 저 뜰을 밀밭으로 만들자고 해서 이효석의 소설 속 달밤을 떠올리며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 이듬해 가을날 둘이 와서 수레국화 씨를 뿌려주었고 저렇게 온통 수레국화 천지가 된 집으로 2년간 지냈습니다. 첫해는 7월에 절정이었고 이듬해는 6월에 절정이었습니다. 그 7월 혹은 6월에 나는 수레국화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꿈결 같은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수레국화가 자라서 뜰을 뒤덮기 전이나 활짝 피었다가 지고 나면 1년 내내 심지어 한겨울에도 잡초와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성희 부부는 잡초 중에도 예쁜 게 있다고 했고 그건 나도 알지만 그중에는 저 뜰을 점.. 2023. 3. 2.
주례민 《그린썸 Green Thumb》 주례민 글·사진 《그린썸 Green Thumb》 위고 2014 막상 센트럴파크에 들어가면 옴스테드의 직감적 설계를 이해하기 위해 창조자의 관점에서 내려다보려는 분석적이고 탐구적인 시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자연의 위엄 앞에서 자신이 한낱 작은 풀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자연스럽게 공원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 오히려 편안하다. (...)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느낌이다. 산책로, 조깅로, 자전거 도로, 승마 도로 등 기능이 다른 여러 길이 얽혀 있지만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244)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 정원,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정원을 만드는 데 꽃만 한 것이 없다. 내가 만들고 싶은 정원은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 2021.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