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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정민2

공부 몇 년새 체중이 많이 빠졌다. 피곤하다. 주위에선 책 보지 말고 쉬라고 하지만, 나는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해서 피곤한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고통이 되고 숙제가 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시늉만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즐거운 놀이가 되고 오락이 되고, 말할 수 없이 편안한 휴식이 되는 공부가 공부다. 나를 살아나게 하고, 긴장하게 하고, 숨막히게 하는 공부가 공부다. 일전에 읽은 『스승의 옥편』(정민)에서 본 글입니다. 부럽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아마도 돈 다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중 한 가지가 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부해서 남 주자" "공부 좀 해라" "공부를 잘해야지"……. 공부에 관한 그런 관심을 열거하거나 설명하는 건 필요하지도 않거.. 2018. 7. 6.
정민 《스승의 옥편》 정민 《스승의 옥편》 마음산책 2007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후 댁에 갔을 때, 하도 많이 찾아서 반 이상 말려들어간 민중서관판 한한대자전을 보았다. 12책으로 된 한화대사전도 손때가 절어 너덜너덜했다. 선생님도 찾고 또 찾으셨구나. 둥근 돋보기로도 한 눈을 찡그려가면서 그 깨알 같은 글씨를 찾고 또 찾으시던 모습이 떠올라 참 많이 울었다. 사모님의 분부로 선생님의 손때 묻은 그 책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헐어 바스라지고 끝이 말려들어간 사전을 한 장 한 장 다리미로 다려서 폈다. 접착제로 붙이고 수선해서 책상맡에 곱게 모셔두었다. 지금도 사전에 코를 박으면 선생님의 체취가 또렷이 느껴진다. 내 조그만 성취에도 당신 일처럼 기뻐하시던 어지신 모습도 생전처럼 떠오른다.(15~16) '漢文學者가 쓴 책'이면 해.. 2018.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