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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고모는 할머니야, 아기야?"
세 살짜리가 할머니, 고모, 사촌오빠와 함께 자동차 뒷자리에 탔습니다. "고모는 할머니야, 아기야?" 제 고모가 그렇게 묻자 대뜸 대답합니다. "할머니!" 그 대답에 호호거리며 웃습니다. '별 싱거운……' 나는 하나도 우습지 않습니다. 아직 할머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처지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올해까지는 30대니까 그 대답이 우스울 것입니다. 만약 '할머니'가 맞다면 우스울 리가 없습니다. # 그러더니 또 묻습니다. "오빠는 할머니야, 아기야?" "……" "할머니야, 아기야? 응?" "……" 순간, 세 살짜리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할머니라고 하는 게 좋을까, 아기라고 하는 게 좋을까?' '할머니는 여잔데?' '그럼, 아기?' '아기는 어린애잖아.' '이런 낭패가 있나?' 분명한 것은, 아직 이렇게 대..
2013.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