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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2

가브리엘 루아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 가브리엘 루아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이소영 옮김, 이덴슬리벨 2012       할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살고 있다. 사 남매를 둔 할머니의 자손은 여러 명이다. 이제 그 아이들 이름도 잊었고, 그 손주들은 지나는 길에 들러 단 5분도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떠나버린다.여섯 살 외손녀 크리스틴이 어머니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할머니 댁에 머물게 되어 따분해하자, 할머니는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찾아 레이스 달린 원피스를 입고 멋진 모자에 여행 가방을 갖추어 곧 여행을 떠날 공주 차림의 인형을 만드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크리스틴은 못하는 게 없을 할머니를 좋아하게 된다. "우린 늘 우리가 바라던 일에서 벌을 받기 마련이지. 난 삶이 편안하고 질서가 제대로 잡히기만을, 그래서 애들이 치마폭에 매달려 시도 .. 2024. 6. 26.
우리가 떠난 후에도 제자리에 남아 거실 창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저 나지막한 산은 규모는 그저 그래도 겨울이나 여름이나 기상은 믿음직합니다.새잎이 돋아난 연둣빛이 수줍은 듯 곱던 날들이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녹음에 싸여 저기 어디쯤 들어가 있으면 누가 무슨 수로 찾을 수 있을까 싶고, 몇몇 산짐승이나 새들, 온갖 벌레들이 한동안 마음 놓고 지낼 듯해서 더 푸르러라, 아주 뒤덮어버려라,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우리 인간들이 걸핏하면 괴롭히지 않습니까?매연도 그렇지만 저렇게 좋은 산을 야금야금 파먹어버립니다. 이래저래 가만두질 않습니다. 하루하루의 변화가 그들에게는 결코 이로울 게 없는데도 자연은 웬만하면 그 상처를 스스로 덮어버리고 우리가 잘라버리지 않는 한 언제나 저 자리를 지키면서 저 싱그러움, 푸르름으로 눈길을 끌어주고, 내가 그.. 2024.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