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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장세랑2

교장 훈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간단히..." 운동장 조회 시간이었다. 나가지 않아도 아무도 못 알아챌 거라 생각하고 몇 번 안 나갔다가 주의 쪽지가 날아와서 요즘은 얼른 나가는 은영이었다. 방송으로 하면 딴짓이라도 할 텐데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은 꼭 화창했다.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은 어째서 시대가 바뀌어도 이렇게 늘 재미가 없을까. 교장 선생님 대상으로 누군가 재미있게 말하기 연수 프로그램을 좀 짜든가, 그도 아니면 짧게 말하기라도 하도록 방침이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은영은 투덜거렸다. 어쩌면 웬만해선 재미있는 사람들이 교장이 못 되는 건지도 모른다. 드물긴 해도 어딘가에는 분명 재밌는 교장 선생님이 있는 학교가 있을 텐데 다음번에 취직할 때는 알아보고 해야겠다. 그런 얘기를 얼핏 했더니 인표가 "우리 집안 아저씨예요. 까지 마세요." 해서 뜨악.. 2022. 10. 20.
장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장세랑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민음사 2015 1 '친구들에게는 늘 "아는 형"이라고 놀림받는 소탈한 성격'을 가진, 그렇지만 희한하게도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그것들과 싸울 수 있는 능력으로 온갖 악기(惡氣)를 잡아 몰아내면서 사립 M고교의 '에러'들을 수정해 나가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야기이다. '보건교사'에 대한 무한한 기대, 향수 같은 걸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는 '이건 하필 퇴마사(退魔師)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괴롭히는 일들을 귀신같이 처리해준다면 신나는 일 아닌가. 온 나라의 각 학교에 이런 교사가 딱 한 명씩 있으면 좋겠다. 2 편모, 편부, 조손 가정이 많다. 그런 가정에는 정에 굶주리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을 지도 모른.. 2018.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