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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잡념2

김언희 「눈먼 개 같은」 눈먼 개 같은 김언희 눈먼 개 같은 생각, 정육점에 풀어놓은 눈먼 개 같은 생각, 어느새 하고 있는 생각, 처음 하는 것도 아닌 생각, 내가 처음인 것도 아닌 생각, 지저분한 안주 같은 생각, 젖꼭지까지 박혀 있는 돼지 껍데기 같은 생각, 하고 싶지 않아도 하고 있는 생각, 하지 않아도 하고 있는 생각, 등 뒤에서 악어처럼 아가리를 쩍 벌린 채 기다리고 있는 생각, 그림자가 천장까지 닿아 있는 생각, 구멍구멍 쥐새끼처럼 들락거리는 생각, 뼈를 갉아대는 생각, 고무장갑을 불면 튀어나오듯 튀어나오는 생각, 출처가 불분명한 생각, 다리를 절고, 혀를 절고, 자지를 절고, 심장을 절룩거리는 생각, 내가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그 어떤 생각보다 더 역겨운 생각, 여분의 입, 여분의 혀, 여분의 생식기를 가진 생각.. 2019. 7. 10.
즐겁고 쓸쓸한 잡념(雜念) 1 "여러 가지의 잡스러운 생각" "불도(佛道)의 수행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의 옳지 못한 생각"이 잡념이랍니다. 나 참……. 그렇지만 나는 그 잡념을 참 좋아합니다. 퇴임을 하자 시간도 많아지고 게다가 하루하루 늙어가고 하니까 더욱더 그 잡념과 친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자고 정하지 않으니까 자연히 주제는 없습니다. 떠오르는 대로입니다. 그야말로 잡념입니다. 어떤 일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따라가다가 그 일로 연상되는 사람들을 떠올려서 그리워하기도 하고 섭섭해하기도 합니다. 도움을 받은 이들, 도움을 준 이들, 내가 배신한 이들, 나를 배신한 이들, 내가 소원해진 사람들, 나에게서 멀어져 간 사람들……. 그리워도 섭섭해도 별 수 없기는 한 가지입니다. 주제가 없다고 했지만 그 잡념은 종류나 길이를 .. 2019.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