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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잔소리2

아내의 큰소리 나의 큰소리 평생 죽은 듯 지내던 아내도 오기가 발동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나는 저 사람에게 막 대해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은 내가 죽을 때까지 나에게 막 대하고도 남을 만한 일을 충분히 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백 번은 생각해 놓고는 아내의 그런 반응을 눈치채는 순간 '이것 봐라?' 하고 이번에는 나의 진짜 오기를 발동하게 됩니다. 그럴 때 나는 큰소리를 냅니다. 말하자면 일이 어떻게 되든 일단 나의 오기를 발동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내는 그만 입을 닫고 맙니다. 그리고 그게 또 나를 괴롭힙니다. '아, 내가 이러지 않겠다고 백 번을 다짐해놓고 또 이렇게 했구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에는 "동정을 요구하며 사정없이 내리치는 메마른 아라비아의 신월도(新月刀) 같은 부친.. 2022. 11. 3.
"서투르고 어설픈 내 인생" 젊었던 시절에는 아내로부터 꾸중이나 원망, 잔소리 같은 걸 듣지 않고 살았습니다. 아내는 내 위세에 눌려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에 넣어놓고 지냈을 것입니다. ​ 살아간다는 건 내게는 하나씩 둘씩 어설픈 일들을 벌이고 쌓아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내가 그걸 때맞추어 지적했다면 나는 수없는 질책을 받았어야 마땅합니다. ​ 아내는 이젠 다른 도리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마침내 입을 열기 시작했고, 이젠 내 허물을 보아 넘기지 않게 되었고, 그때마다 지난날들의 허물까지 다 들추어버립니다. 아무래도 헤어지자고 하겠구나 싶은데 그런 말은 꺼내지 않는 걸 나는 신기하고 고맙게 여깁니다. 그러면서 '나는 언제부터 이런 질책을 듣지 않는 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 한탄합니다. 공자님 말씀 "七十而從.. 2022.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