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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입학식3

"저 이제 학교 다녀요! 즐겁게 지낼게요!" "그래! 축하해! 입학 축하해~ 개학 축하해~ 뭐라고 해야 좋을까? '파이팅!' 하면 돼? 어쨌든 잘 지내기를 빌게~ 모든 일 잘 이루어지기를 빌게~ 무엇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기를 바랄게~ 선생님도 건강하시고 안전하시기를 빈다고 전해줘~...... 좋은 말 있으면 다 해주고 싶어. 알겠지?" 2022. 3. 2.
중1 녀석의 싱그럽고 가련한 자부심(2017.3.13) 아파트 수영장 주변을 휘젓고 다니던 '초딩' 개구쟁이 녀석이 돌연 입대를 앞둔 장정처럼 머리를 단정히 하고 까만 제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운동가방만 그대로였다. 그 행색은 기묘하면서도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와, 너 중학생이 됐구나!" 녀석은 입학식 날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일들을 줄줄이 소개했다. "이젠 초등학생을 상대로 하던 그런 대화는 자제해 달라"는 듯한 의젓함이 느껴졌다. 날마다 만나는 노인에게 좀 으스대고 싶었고 이젠 자신이 아파트 앞 초등학교나 다니는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선포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그 녀석을 실망시킬 수 있을까! 누가 중·고등학교, 대학교로 진학할수록 점점 더 깊은 고난의 길이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싶고, 우리 교육의 실상을 그대로 소개하고 싶을까. .. 2017. 3. 13.
1학년 학부모님께- 외손자의 입학을 지켜보며 저에게는 둘째딸이 낳아준 외손자가 있습니다. 그 애도 오늘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 부모와 있을 때는 '그놈의' 잔소리 때문인지 제법 말도 잘 듣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하다가도 제게만 오면 그만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맙니다. 우선 우리 내외에게는 존대어 반 반말 반이고, 도대체 스스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현관에서는 신발부터 벗겨주어야 하고, 옷도 벗겨주어야 하고, 밥도 먹여주어야 하고, 화장실도 동행해야 하고 -자다가는 페트병 자른 것이 그 애의 화장실입니다- 그 외의 모든 일도 그렇습니다. 하다못해 제 어미가 한마디만 하면 아무것도 살 수 없지만 저와 함께 가게에 가면 이것저것 꼭 사야하는 물건이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그 애의 방은 크고 작은, 수많은 종류의 입니다. 그래도 제게는 이른바 '세.. 2008.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