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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이혼2

아내의 큰소리 나의 큰소리 평생 죽은 듯 지내던 아내도 오기가 발동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나는 저 사람에게 막 대해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은 내가 죽을 때까지 나에게 막 대하고도 남을 만한 일을 충분히 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백 번은 생각해 놓고는 아내의 그런 반응을 눈치채는 순간 '이것 봐라?' 하고 이번에는 나의 진짜 오기를 발동하게 됩니다. 그럴 때 나는 큰소리를 냅니다. 말하자면 일이 어떻게 되든 일단 나의 오기를 발동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내는 그만 입을 닫고 맙니다. 그리고 그게 또 나를 괴롭힙니다. '아, 내가 이러지 않겠다고 백 번을 다짐해놓고 또 이렇게 했구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에는 "동정을 요구하며 사정없이 내리치는 메마른 아라비아의 신월도(新月刀) 같은 부친.. 2022. 11. 3.
베로니크 올미 《비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베로니크 올미 《비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LA PLUIE NE CHANGE RIEN AU DESIR 최정수 옮김 Human & Books 2006 1 5년 전에 헤어진 부부가 비 내리는 오후, 생 쉴피스 광장에서 다시 만나 뤽상부르 공원에서 키스를 나누고 뤽상부르 호텔에 들어가 집요하고 쓸쓸한 정사를 나누고 헤어집니다. 2 여자는 극심하게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남자가 먼저 전화를 했고 여자가 만나자고 했고 남자가 수락했습니다. 여자는 "울지 않겠다고, 그녀 안에서 굴종하려 하는 모든 것에, 세상을 포기하고 혼란에 몰아넣으려 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고 그것들을 제지하겠다고 맹세"합니다. "이 남자가 모르고 그녀에게 안겨다 준 놀라움과 분노 때문에 이 남자 앞에서 울부짖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112) .. 2018.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