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자유?1 황인숙 「이제는 자유?」 이제는 자유? 수화기에서 솔솔 찬바람이 나오네. 점점 차거워지네. 서리가 끼네. 꼬들꼬들 얼어가네. 줄이 비비 꼬이네 툭, 툭, 끊어지네. 아, 이제 전화기에서 뚝 떨어져 자유로운 수화기. 금선이 삐죽 달린 그걸 두고 그녀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네. 전화기에서 천 리 만 리 떨어진 곳도 갈 수 있다네. ―황인숙(1958~ ) 산골 집에 갑자기 폭설이 내려 발이 묶인다. 눈 내리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어디서 오는 것인지 묘한 해방감이 찾아온다. 눈이 만들어주는 자유. 두절(杜絶)이 만들어주는 자유. 그러나 이내 그 자유의 훼방꾼, 휴대폰이 울린다. 이 귀엽고 발랄하고 탱글탱글한 언어의 스프링을 얻어 타본다. '수화기에서 솔솔 찬바람이 나온다'면 이제 전화 걸어오는 이가 확연히 줄거나 아예 없어진다는 .. 2024. 1.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