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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이승4

그리운 도깨비 이순 耳順, 종심소욕 불유구 從心所欲 不踰矩 그런 건 아예 말고 내내 팍팍함... 도깨비 귀신이 어른거려서일까 그런 걸 떠올리고 그리워해서 그럴까 2023. 2. 5.
그리워질 저 빛, 저 소리 놀랍게도 온화한 겨울 푸르름이 넘쳐흐르는 맑은 날들이, 주말 내내 계속되었다. 갑자가 따사로운 벌꿀색의 햇살은 낙엽들 더미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면서, 또 녹아 버린 구릿빛 광채를 여기저기로 들어 올리면서 발가벗은 정원과 서릿발로 하얗게 변해 버린 잔디밭 위를 한가로이 어슬렁거렸다. 길가에 늘어선 타일을 붙인 지붕들 위에는 태양열 판이, 뜨겁게 빛나는 섬광을 내며 반짝거렸다. 주차된 차들, 도랑, 웅덩이, 아스팔트 가장자리 근처에 있는 깨진 유리, 우편함, 그리고 창문 유리, 모든 것이 환하게 빛났고 반짝거렸다. (...) 대기는 점차 곤충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들로 가득 찼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소금 냄새와 멀리 길 아래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까지 몰고 왔다. 여기저기에서 이웃들은 화단의 .. 2021. 2. 6.
지금 내가 있는 곳(2) 지금 내가 있는 곳 (2) '이곳'은 고요한 곳입니다. 자주 적막하고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이 고요와 적막, 고독, 외로움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나는 마침내 '이곳'으로 왔으며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기 이곳에 이렇게 있다가 '저곳'으로 가야만 합니다. "지금 내가 .. 2018. 3. 2.
지금 내가 있는 곳 (1) 위로 삼아 나의 경우 정년퇴직하고 나서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하자 동석한 부인은 자기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쳐주었으나 정작 당사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유종호「어느 이산의 뒷얘기-한 시골 소읍의 사회사에서」(에세이),『현대문학』2017 3. 196. 저 자리에 동석했다면 저 '당사자'라는 사람을 보고 "그런다고 무슨 수가 날 것도 아니니까 포기하는 게 낫다"는 말을 해주거나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위로해 주었을 것입니다. 우리는―저 '당사자'와 나는―지금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에 와 있습니다. 어떤 곳인지 설명하자니까 참 난처하고 애매합니다. 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내가 있는 이곳을 '이쪽'이라고 부른다면, 내가 떠나온 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뭐.. 2018.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