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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지금 내가 있는 곳 (1)

by 답설재 2018. 1. 18.

 

 

 

위로 삼아 나의 경우 정년퇴직하고 나서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하자 동석한 부인은 자기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쳐주었으나 정작 당사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유종호「어느 이산의 뒷얘기-한 시골 소읍의 사회사에서」(에세이),『현대문학』2017 3. 196.

 

 

저 자리에 동석했다면 저 '당사자'라는 사람을 보고 "그런다고 무슨 수가 날 것도 아니니까 포기하는 게 낫다"는 말을 해주거나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위로해 주었을 것입니다.

우리는―저 '당사자'와 나는―지금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에 와 있습니다.

 

어떤 곳인지 설명하자니까 참 난처하고 애매합니다.

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내가 있는 이곳을 '이쪽'이라고 부른다면, 내가 떠나온 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뭐라고 하면 좋을지…… 예를 들면 젊은 사람들, 현직에 있는 사람들, 일에 파묻혀 세월이 가고 늙어가고 하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어쨌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곳을 '그쪽'이라고 부를 수 있고, 우리가 이렇게 지내다가 영영 떠나게 되면 도착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곳을 '저쪽'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쪽, 그쪽, 저쪽'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 그곳, 저곳'으로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물론! '그쪽(그곳)'에서는 '이쪽(이곳)'을 '그쪽(그곳)'이라고 부르고 '그쪽(그곳)'을 '이쪽(이곳)'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쪽 혹은 저곳은 '저승'이라고도 합니다.

그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은 '이승'일 텐데 굳이 '이쪽'과 '그쪽' 중 어느 쪽이 '이승'이냐고 물으면, 나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싶으니까 어쩔 수 없이 두 곳 다 '이승'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곳 혹은 이쪽은 그쪽 혹은 그곳과는 아무래도 확연히 다른 이승의 어느 곳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런 얘기엔 관심이 없습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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