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2 아모스 오즈 장편소설 《유다》 아모스 오즈 AMOS OZ 장편소설 《유다 JUDAS》 최창모 옮김, 현대문학 2021 때로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부엌에서 살금살금 복도로 나가서 그녀의 방문 앞에서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몇 분 동안 집중하노라면 윙윙거리는 것 같은 소리나 나지막하게 바스락거리는 소리, 단조롭고 규칙적으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닫힌 문 너머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그 방 안에 도대체 무엇이 있을지 상상 속에서 그려 보려고 했는데, 몇 번이고 복도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그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어도, 한 번도 거기에 초대받은 적이 없었고 슬쩍이라도 그 안을 (...) (86) 길을 걸으면 몸보다 머리가 앞서 나가는 어설픈 사내 슈무엘 아쉬는 연인 야르데나를 따분한 수문학자 .. 2022. 9. 21. 유다의 그리움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소설 《유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 분명하다고 확신한 유다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서 예수를 부추겨 예루살렘에 이르게 했지만 결국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게 되자 그만 그 곁을 떠나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 직전입니다(405~406). 이 장면을 읽으며 모처럼 '그리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리움에 대해 소홀했습니다. 나는 얼굴이 곰보인 임신한 여종이 내 앞에 가져다준 고기 접시를 개 먹이로 식탁 밑에 내려놓았다. 포도주는 식탁 위에 그대로 남겨 놓았다. 난 일어서서 주머니에서 우리의 돈 꾸러미를 꺼냈고 일견 거칠다 싶은 동작으로 한마디 말도 주고받지 않고 그 젊은 여인의 품에 던져 주었다. 그렇게 .. 2022. 9.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