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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유기견3

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지현 옮김, 민음사 2015 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에게 철학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내가 맡은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책임이 있다는 점보다는 오히려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들에게 애착을 갖게 되었다.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1 단순하게(혹은 오만하게) "젊은이들을 가르친다"고 하지 않고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친다"고 한 그르니에,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고 한 그르니에가 존경스러웠습니다.2 일찍 그를 알았더라면, 나도 조금은 더 나은 교사였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가르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 교육을 좀 더 깊이 있게 반성하는 교사였을 것입니다.. 2017. 1. 17.
개에게 책 읽어주는 남자 개에게 책 읽어주는 남자 『철학자와 늑대』를 읽을 때, 밑줄 그어 놓은 부분입니다. 물건 같으면 아까워서 남 빌려주지 않고 혼자 써야 할 만큼 소중한 내용입니다. 이런 것은 정녕 물건보다 소중한 것인데 이제 나는 개와 함께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그만 공개하고 말기로 했.. 2016. 11. 6.
괜찮은 척하기 Ⅰ 인형 '하나'가 밟혔습니다. 어둑어둑해서 몰랐고, 이게 뭔가 싶어서 내려다봐도 녀석은 무표정했습니다. 아픈 표시도 내지 않고 밟으려면 실컷 더 밟아보라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어두운데 왜 여기 혼자 있지?" "굳이 물을 것 없지 않겠어? 괜히 뭘 묻고 그래?" Ⅱ 측백나무 화분 위에 앉혔습니다. 내가 데리고 들어갈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내일이라도 찾아가겠지…….' "외로워 보이는데?" "천만에! 웃기지 마! 난 괜찮아! 전혀!" Ⅲ 괜찮다고는 했지만, 이제 영영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거나 어쩌면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일 아침, 다른 아이가 집어가거나 떡볶이를 담았던 일회용 컵, 과자봉지 같은 것들과 함께 아파트 청소 담당자의 쓰레기봉투에 들어간다면 곧 끝장일 .. 2015.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