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시1 이장욱 「원숭이의 시」 원숭이의 시 이장욱 당신이 혼자 동물원을 거니는 오후라고 하자. 내가 원숭이였다고 하자. 나는 꽥꽥거리며 먹이를 요구했다. 길고 털이 많은 팔을 철창 밖으로 내밀었다. 원숭이의 팔이란 그런 것 철창 안과 철창 밖을 구분하는 것 한쪽에 속해 있다가 저 바깥을 향해 집요하게 나아가는 것 당신이 나의 하루를 관람했다고 하자. 당신이 내 텅 빈 영혼을 다녀갔다고 하자. 내가 당신의 등을 더 격렬하게 바라보았다고 하자. 관람 시간이 끝난 뒤에 드디어 삶이 시작된다는 것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동물원의 자정이 온다는 것 당신이 나를 지나치는 일은 바로 그런 것 나는 거대한 원숭이가 되어갔다. 무한한 어둠을 향해 팔을 내밀었다. 꽥꽥거리며 외로운 허공을 날아다녔다. 이것은 사랑이 아닌 것 그것보다 격렬한 것 당신의 .. 2017. 8.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