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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오한기2

오한기(단편소설) 〈25〉 오한기(단편소설) 〈25〉 『현대문학』 2019년 6월호 내가 나 자신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혹독한 배신을 당했을 경우입니다. 그 순간에는 내가 나 자신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그 생각만 했습니다. 그걸 잊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이렇게 아픈 채 살아갑니다. 다른 이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경우 돈이 들어간다는 기사도 보았지만 말 못 할 사정은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니었으면 싶다는 순간을 어찌할 수는 없어서 그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어떤 .. 2019. 7. 8.
오한기 《의인법擬人法》 오한기 소설집 《의인법擬人法》 현대문학 2015 「파라솔이 접힌 오후」 컨트리 가수 W의 종적을 찾는 서점 주인 이야기. W는 권총으로 자살했는데 지갑에서 발견된 쪽지에 "죽음도 내가 원한 건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W의 평전 『파라솔이 접힌 오후』를 집필한 브라운맨은 W를 죽인 건 사람들의 무관심이었고, W는 죽으면서까지 관심을 받고 싶어 했던 애정 결핍증 환자였다고 했지만, '나'는 중얼거린다. 'W에게 평화나 폭력은 같은 의미'라고, 그가 죽은 건 '파라솔을 빼았겼기 때문'이라고.1 「더 웬즈데이」 이렇게 시작된다. 아버지가 죽었다. 아버지는 경기도 성남의 컴컴한 모텔 방에서 민수라는 여배우와 성관계를 갖던 도중 사망했다. 주간지 『더 웬즈데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사실들을 세세하게 가르쳐.. 2016.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