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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약속3

그것이 첫사랑이라면 이런 메모를 보면 그리움을 느낀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고 여전하면 좋겠고 단단한 약속을 했기를 바라게 된다. 세상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더 멀어 아득하고 모든 것이 헝클어질 수도 있지만, 하루하루가 아름답기도 해서 나중에 돌아보면 안타까움으로 아로새겨진 것들이 많은 것 같고..... 그렇다는 걸 저 메모를 할 땐 몰랐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저들이 그립고 궁금해지는 것이다. 지금도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고 싶고, 잘 지내라고 아득한 곳까지 내 마음을 보내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2025. 3. 12.
김민정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만난 첫날부터 결혼하자던 한 남자에게꼭 한 달 만에 차였다헤어지자며 남자는 그랬다   너 그때 버스 터미널 지나오며 뭐라고 했지?버스들이 밤이 되니 다 잠자러 오네 그랬어요너 일부러 순진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그때 「두사부일체」 보면서 한 번도 안 웃었지?웃겨야 웃는데 한 번도 안 웃겨서 그랬어요너 일부러 잘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그때 도미회 장식했던 장미꽃 다 씹어 먹었지?싱싱하니 내버리기 아까워서 그랬어요너 일부러 이상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진정한 시의 달인 여기 계신 줄예전엔 미처 몰랐으므로 몰라 봬서죄송합니다. 사연 끝에 정중히號 하나 달아드리니 son of a bitch .. 2011. 1. 3.
그 아이가 보낸 엽서와 음악 그 아이가 보낸 엽서와 음악 예전에 교장실 청소를 하러 오던 그 아이입니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등대'라는 제 닉네임을 지어준 아이입니다. 그 아이는 교장실에 오면 청소를 하는 시간보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책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교장실 청소는 하면 더 좋고, 안 해도 별로 표가 나지 않아서 오고 싶은 날만 오는 아이도 있고, 그 아이처럼 매번 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까 질서와 규칙도 지켜야 하고 누군가 청소도 해야 하지만,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가도 좋고 가지 않아도 좋고, 가서 청소하고 싶은 날은 가고, 바쁜 일이 있거나 약속이 있거나 하면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고, 그게 얼마나 자유롭고 좋은지 그 아이들이 지.. 2010.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