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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약속2

김민정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만난 첫날부터 결혼하자던 한 남자에게 꼭 한 달 만에 차였다 헤어지자며 남자는 그랬다 너 그때 버스 터미널 지나오며 뭐라고 했지? 버스들이 밤이 되니 다 잠자러 오네 그랬어요 너 일부러 순진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그때 「두사부일체」 보면서 한 번도 안 웃었지? 웃겨야 웃는데 한 번도 안 웃겨서 그랬어요 너 일부러 잘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그때 도미회 장식했던 장미꽃 다 씹어 먹었지? 싱싱하니 내버리기 아까워서 그랬어요 너 일부러 이상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진정한 시의 달인 여기 계신 줄 예전엔 미처 몰랐으므로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사연 끝에 정중히 號 하나 달아드.. 2011. 1. 3.
그 아이가 보낸 엽서와 음악 그 아이가 보낸 엽서와 음악 예전에 교장실 청소를 하러 오던 그 아이입니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등대'라는 제 닉네임을 지어준 아이입니다. 그 아이는 교장실에 오면 청소를 하는 시간보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책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교장실 청소는 하면 더 좋고, 안 해도 별로 표가 나지 않아서 오고 싶은 날만 오는 아이도 있고, 그 아이처럼 매번 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까 질서와 규칙도 지켜야 하고 누군가 청소도 해야 하지만,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가도 좋고 가지 않아도 좋고, 가서 청소하고 싶은 날은 가고, 바쁜 일이 있거나 약속이 있거나 하면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고, 그게 얼마나 자유롭고 좋은지 그 아이들이 지.. 2010.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