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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야생화2

수레국화의 영광 성희가 나와 함께 지낸 건 37년 전 1년간이었지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성희 남편이 저 뜰을 밀밭으로 만들자고 해서 이효석의 소설 속 달밤을 떠올리며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 이듬해 가을날 둘이 와서 수레국화 씨를 뿌려주었고 저렇게 온통 수레국화 천지가 된 집으로 2년간 지냈습니다. 첫해는 7월에 절정이었고 이듬해는 6월에 절정이었습니다. 그 7월 혹은 6월에 나는 수레국화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꿈결 같은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수레국화가 자라서 뜰을 뒤덮기 전이나 활짝 피었다가 지고 나면 1년 내내 심지어 한겨울에도 잡초와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성희 부부는 잡초 중에도 예쁜 게 있다고 했고 그건 나도 알지만 그중에는 저 뜰을 점.. 2023. 3. 2.
박승우「꽃피는 지하철역」 꽃피는 지하철역 박승우(1961~ ) 지하철역 이름이 꽃 이름이면 좋겠어 목련역, 개나리역, 진달래역, 라일락역, 들국화역… 꽃 이름을 붙이면 지하철역이 꽃밭 같을 거야. ‘친구야, 오늘 민들레역에서 만날래?’ 이 한마디로도 친구와 난 꽃밭에서 만나는 기분일 거야.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늘 꽃 이름을 부르겠지 원추리, 백일홍, 바람꽃, 금낭화, 물망초… 자주 부르다 보면 사람들도 꽃이 된 느낌일 거야. ‘이번 정차할 역은 수선화역입니다. 다음 역은 채송화역입니다’ 지하철 방송이 흘러나오면 사람들이 송이송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겠지 사람들한테 꽃향기가 나겠지. 그새 또 8년이 지났네? 2014년 5월 14일(수) 조선일보에서 봤으니까('가슴으로 읽는 동시' 아동문학가 이준관 소개). 오월의 지하철역은 꽃 .. 2022.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