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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3

올리버 색스가 이야기한 지적장애인의 '구체성' 어젯밤 늦게 인터넷 서핑을 하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내 이름을 발견했다. 정년퇴임한 D대 K 교수의 회고담이었다. 나는 중앙부처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인데 내가 그의 일을 살뜰히 살펴주었다고 써놓았다. 나는 야간대학 편입으로 2년을 더 배워 사범대학 졸업장을 받았고, 그때 특수교육 28학점을 이수해서 특수교사 자격증도 받았지만 실제로 그 자격증을 쓰진 않았다. 교육학을 더 배운 것으로 만족한 것이다. 그러다가 교육부에서 일할 때 그렇게 배운 것을 톡톡히 '써먹었다'. 내가 본래 맡고 있던 일 외에 추가로 특수학교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발까지 맡은 것이었다. 말이 특수학교지 그건 유치부,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에다가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지체, 지체부자유, 정서장애 등 여러 영역이 있어서.. 2025. 3. 23.
거짓말을 알아채는 사람들 "입으로는 거짓말을 해도 표정에는 진실이 드러난다"고 니체도 말했지만 언어상실증 환자들은 표정, 몸짓, 태도에 나타나는 거짓과 부자연스러움을 민감하게 파악한다. 설령 상대가 보이지 않더라도(앞을 보지 못하는 언어상실증 환자가 아주 좋은 예이지만) 인간의 목소리에 담긴 모든 표정, 다시 말해서 말투, 리듬, 박자, 음악성, 미묘한 억양, 음조의 변화, 높낮이 등을 날카롭게 파악한다. 진실하게 들리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좌우하는 것이 목소리의 표정인 것이다.언어상실증 환자들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진실인가 아닌가를 이해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언어는 상실했지만 감수성이 특히 뛰어난 그들은 찡그린 얼굴, 꾸민 표정, 지나친 몸짓, 특히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박자를 보고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 2025. 3. 3.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조석현 옮김, 알마 2016       의사가 장갑을 들어올리며 뭐냐고 묻는다.P 선생이 대답한다. "조사해봐도 되겠습니까?""표면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어요. 주름이 잡혀 있군요. 음, 또 주머니가 다섯 개 달려 있는 것 같군요. 음, 말하자면...""맞습니다. 설명을 하셨으니 이제 그게 뭔지 말해보세요.""뭔가를 넣는 물건인가요?""그래요. 그런데 뭘 넣는 거죠?""안에다 뭔가를 넣는 거겠죠." "여러 가지가 가능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잔돈주머니일 수도 있겠군요. 크기가 다른 다섯 가지 동전을 집어넣는... 아니 어쩌면..." P 선생의 뇌는 기계처럼 정확하게 기능했다. 시각 세계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면에서 그는 컴퓨터와 똑같았다. 더 놀라운 점.. 2025.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