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은 선물1 쓰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 바라보기만 한 물건 나는 이 전자계산기를 몇 번 쓰지 않았다. 앙증맞고 아까웠다. 여름옷 주머니에도 가볍게 들어가고,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오른쪽 위 16개 구멍으로부터 요염한 신호음이 울려 나와 실수를 예방해 주었다.세상은 빨리 흘러 이내 저렴하고 실용적인 계산기가 나와서 그걸 쓰게 되니까 저 '보물'은 보관만 하면 되었다.지금은? 스마트폰에 계산기 기능이 있어 '계산기 어디 있지?' 할 필요조차 없게 되었다.그럼 저 계산기를 사용한 적이 없었나?그건 아니다. 눈에 띌 때마다 '이게 잘 작동하고 있겠지?' 하고 키보드를 눌러 확인하곤 했다. 그러니까 저 요염한 계산기의 기능은 '작동 확인' 계산기였다. 1980년에 받은 선물이었다.44년째다!분실을 염려해서 덮개 안쪽에 사진까지 붙여 두었는데 저 파란색 사진은 내 사진이.. 2024. 11.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