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2

三月에 내리는 눈 저 허름한 비닐창으로 폭설이 내리는 걸 보며 식사를 했습니다. 팔당이라는 곳이었습니다. 폭설이 내리는데도 사람들은 걱정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식사가 더 즐거운 것 같았습니다. 비가 진눈깨비로 바뀌었고 금방 또 폭설이 내리는 것이었는데 지상의 기온이 영상이어서 내리는대로 거의 다 녹았습니다. 잠깐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金春洙)이 생각났지만 먹는데 정신이 팔려 곧 잊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눈은커녕 쨍쨍한 곳이 한참 동안 이어졌는데 우리 동네에 들어오자 또 눈이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싸락눈이어서 차창에 부딪친 눈이 작은 유리구슬처럼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이번에는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가 생각났습니다(『徐廷柱詩選』(1974, 민음사 세계시인선 ⑫), 111쪽). 생각만 했지 그 얘기를 하진 않았.. 2019. 3. 23.
그리운 눈 올해는 눈이 많이도 내립니다. 눈 온 뒤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불면 죽을까봐 나다니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길이 미끄러운 건 기본이고, 몸이 시원찮은 사람은 영 끝장나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래서 죽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습니다. 옛날에 못 살 때는 눈이 오면 들어앉아 있으면 그만이었지만, '잘 사는 나라'가 된 후로는 아무리 눈이 많이 오고 세찬 바람이 불어도 갈 데는 가고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잘 사는 나라'가 된 후로는 눈이 많이 내리면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많습니다. ♬ 휴일에 내리는 눈을 내다보고 있으면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그럴 때는 걸핏하면 예전의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시(詩)가 생각납니다. …… 겨울밤입니다. 시골 초가집에 눈이.. 2013.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