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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실내정원2

우리 집을 사신 아주머니께 아주머니! 어떻게 지내시나요? 이제 반년이 지났으니까 우리 집(아, 아주머니 집)에 잘 적응하셨겠지요? 제 실내 정원(이런! 아주머니의 실내 정원)도 잘 있습니까? 그 작은 정원의 여남은 가지 푸나무들은 한 가지도 빼거나 보태어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것들은 제가 그 집을 분양받고 처음 입주할 때 전문가를 초빙해서 만들었거든요. 꼭 심어주기를 기대한 건 남천(南天) 한 가지밖엔 없었고요. 그 전문가가 우리 집(아, 그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이렇게 소파도 없이 책으로 채운 거실은 처음 봤다며 이 분위기의 실내 정원을 만들어주겠다고 한 거거든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물만 주면 되도록 해달라'는 특별 부탁을 했고요. 아주머니께서 집을 보시려고 처음 방문하셔서 그 실내 정.. 2020. 8. 9.
손가락 마디처럼 떨어진 동백꽃송이 지내다보면 주변에 이런저런 물건이 쌓이게 됩니다. 연구보고서나 단행본, 월간지 같은 자료가 대부분이지만 필통이나 필기구, 책갈피, 명함 통, 신문기사 스크랩 등 잡다한 물건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물건들을 잘 모으는 편이었습니다. 심지어 우편물이나 그 우편물의 봉투까지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모아온 책을 ‘왕창’ 버리는 경험을 한 뒤로는 사소한(책에 비하면) 물건들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는 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만큼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았고, ‘아하, 그게 바로 물욕이었구나’ 싶기도 해서 스스로 제법 어른스러워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들이 들으면 어쭙잖다고 하겠지만 이러면서 생에 대한 아집과 집착을 버리고 어느 날 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승을 떠날 수 있게 되는구.. 2008.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