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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신경림3

「그리고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행복하다 신경림 어린 시절 나는 일없이 길거리를 쏘다니기도 하고 강가에 나가 강물 위를 나는 물새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카사블랑카의 뒷골목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바이칼호의 새 떼들 울음소리를 듣기도 했으니까 다 늙어 꿈이 이루.. 2019. 4. 2.
「봄」 2015.3.13(금). 오전의 봄. 봄 신경림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다 귀를 통해 들어오는 것만은 아니다 개중에는 집요하게 살갗을 파고들어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것이 있다 구석구석 그 소리가 닿을 적마다 우리들의 몸은 전율하고 절규하다가 드디어는 그것을 따라 통째로 밖으로 빠져.. 2015. 3. 17.
신경림 「카운터에 놓여 있는 성모마리아상만은」 1 큰길에서 벗어나 있는 고풍스러운 마을이다.바다에 연한 차도를 벗어나자 곧장 골목이고양철지붕들이 처마를 맞대었다.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마른 오징어 냄새가 물씬 나는 술집에서는지붕들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점심을 먹으로 들어갔던 그 집에서 우리는 저녁 늦도록 술을 마셨다. 중년의 여주인은 우리말을 못 알아들었지만 안주를 장만하며 술잔을 채우며 "하이 하이"를 계속했다. 외국 손님은 처음이라 했다. 동네 사람들 몇이 들어와 술을 마시며 인사들을 한다. 카운터에는 성모마리아상이 놓여 있다.                                     2 화면이 보여주는 쓰나미가 휩쓸고 간 바닷말이 바로 그 동네다. 어, 어하는 사이 양철지붕들이 종이딱지처럼 물에 뜨고 집들이성냥갑보다 더 가볍게 둥둥 물살.. 2012.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