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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스토리텔링2

한병철 《서사의 위기》 한병철 《서사의 위기》 최지수 옮김, 다산북스 2023 정보 과잉 사회는 그 속에서 '스토리텔링'을 외친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전시하듯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찰나의 장면들을 끊임없이 공유하고 공감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그 안에 의미는 없다. 사라져 버릴 정보에 불과하다. 무언가를 끝없이 공유하고 타인과 교류하면서도 고립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셀링Storyselling'이라는 자본주의의 달콤한 무기가 되어 마치 의미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유혹한다. 세상으로부터 충격받고 저항하고 간극을 느끼며 자신만의 철학을 쌓아 올릴 기회를 빼앗고 그저 '좋아요'를 외치게 만든다. 역자 서문의 한 대문이다. 본문을 다 읽고 다시 읽었다.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 문장들은 짧.. 2024. 1. 6.
오탁번 「작은어머니」 작은어머니 푸새한 무명 뙤약볕에 말려서 푸푸푸 물 뿜는 작은어머니의 이마 위로 고운 무지개가 피어오르고 보리저녁이 되면 어미젖 보채는 하릅송아지처럼 나는 늘 배가 고팠다 안질이 나서 눈곱이 심할 때 작은어머니가 솨솨솨 요강 소리 그냥 묻은 당신의 오줌을 발라주면 내 눈은 이내 또록또록해졌다 초등학교 마칠 때까지 작은어머니의 젖을 만지며 잤다 회임 한 번 못한 채 젊어 홀로 된 작은어머니의 예쁜 젖가슴은 가위눌림에 정말 잘 듣는 싹싹한 약이 되었다 오탁번 『눈 내리는 마을』(시인생각, 2013), 22쪽 오탁번 시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이 시인의 시에는 스토리텔링이 들어 있어서 시를 읽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읽기가 어려운 시도 많습니다. 재미가 없더라도 '시인이 애써서 지은 시니까……'.. 2013.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