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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3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 늙는다는 건 무엇일까? 다시 직장을 구하거나 돈을 한 번 더 벌어보거나 다시 사람을 만나거나... 무엇을 새로 시작하거나 할 기회나 에너지가 소멸된다는 것이겠지? 그런 사람에게 뭘 달라고,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건 염치가 없고 도리가 아니고 예의가 아니고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전제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포기하거나 하는 사람은 게으르다느니 어떻다느니, 의례적인 헛소리를 하는 인간과는 일단 대화를 거부하고 싶다. 소설《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서 본 장면이다. # 1 나를 바라보는 모리츠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너를 보내고 싶지 않구나, 스밀라." 모든 인생은 정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포함하고 있다. 모리츠는 그 기회를 잃어버렸다. 지금 의자에 .. 2023. 7. 30.
수학의 기초, 숫자 체계 어떤 소설가들은 작품 줄거리 속에 자신의 견해를 슬쩍 집어넣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견해를 집어넣지 않아도 이야기 전개에 지장이 없을 듯한 '삽화'라고 할 수 있다. '입담'이 좋은 걸 보여주려는 경우도 많지만, 평소 생각하던 것을 적당한 곳에 집어넣은 경우 아주 값진 것이어서 '야, 이것 봐!' 싶은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이 발견될 때마다 '또...' 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집어넣은 표가 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이건 너무 작위적이잖아!' 싶기 일쑤이다. 그러려면 차라리 그런 걸 따로 모아서 산문집을 한 권 내든지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늘은 원고량을 늘이기 위해 쓸데없는 이야기를 오래 한 걸 발견하고 아예 그 소설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소설《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패터 회.. 2023. 7. 18.
페터 회 장편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장편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박현주 옮김, 마음산책 2005 이누이트 족 소년 이사야가 눈 내린 지붕 위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웃의 서른일곱 살 처녀 스밀라 야스페르센이 이 소년이 위협을 받아서 실족한 것으로 확신하고 범인을 찾아 응징하는 추리소설이다. 부유한 덴마크인과 이누이트 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밀라 야스페르센은 냉소적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이지적 여성이다. 아름답기까지 한 야스페르센이 범인을 따라 덴마크에서 그린란드의 빙하 위에 서게 된다. "왜 그 아이가 쫓기고 있었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 애가 떨어진 지붕 위에 있던 눈 때문이에요. 난 그 애의 발자국을 봤어요. 난 눈에 대한 감각이 있어요." 뤼빙은 피로한 듯 앞으로 똑.. 2023.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