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지기2 풀 블로그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에서 한여름의 정원을 보고 아름다운 가곡이 흘러나올 것 같다고 했더니 숲지기님은 '시간과 장소 불문하고 쑥쑥 자라 있는 잡목들과 웃자란 잔디를 겨우겨우 제압했지만 제압한 것처럼 보일 뿐 머잖아 성큼 자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숲지기님은 워낙 바빠서 답글을 읽고 또 댓글 쓰는 걸 자제해 왔는데 이번에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도 그렇다. 온 힘을 다해 제압해 버리고 돌아서며 이내 굴복하고, 다시 제압하고 굴복하며 세월을 보낸다. 그게 참 힘들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다. 다른 일 같으면 벌써 던져버렸을 일인데 단 하나 의무처럼 남은 것 같은 이 일에만은 싫증이 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잡초에 대한 숲지기님 생각에 몇 자 덧붙였지만 사실은.. 2024. 7. 7. 주용일 「꽃과 함께 식사」 꽃과 함께 식사 / 주용일 며칠 전 물가를 지나다가 좀 이르게 핀 쑥부쟁이 한 가지 죄스럽게 꺾어왔다 그 여자를 꺾은 손길처럼 외로움 때움에 내 손이 또 죄를 졌다 홀로 사는 식탁에 꽂아놓고 날마다 꽃과 함께 식사를 한다 안 피었던 꽃이 조금씩 피어나며 유리컵 속 물이 줄어드는 꽃들의 식사는 투명하다 둥글고 노란 꽃판도 보라색 꽃이파리도 맑아서 눈부시다 꽃이 식탁에 앉고서부터 나의 식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외로움으로 날카로워진 송곳니를 함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 '꽃과 함께 식사' 고요아침, 2006 내 블로그 임시보관함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 독일 흑림에서 살고 있는 '숲지기' 님 블로그에서 복사해 온 것이 거의 확실한데 혹 모르겠다. 숲지기의 정원에도 여기처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을까?.. 2023. 11.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