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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수레국화2

수레국화의 영광 성희가 나와 함께 지낸 건 37년 전 1년간이었지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성희 남편이 저 뜰을 밀밭으로 만들자고 해서 이효석의 소설 속 달밤을 떠올리며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 이듬해 가을날 둘이 와서 수레국화 씨를 뿌려주었고 저렇게 온통 수레국화 천지가 된 집으로 2년간 지냈습니다. 첫해는 7월에 절정이었고 이듬해는 6월에 절정이었습니다. 그 7월 혹은 6월에 나는 수레국화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꿈결 같은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수레국화가 자라서 뜰을 뒤덮기 전이나 활짝 피었다가 지고 나면 1년 내내 심지어 한겨울에도 잡초와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성희 부부는 잡초 중에도 예쁜 게 있다고 했고 그건 나도 알지만 그중에는 저 뜰을 점.. 2023. 3. 2.
성희의 생각, 성희 생각 성희는 이 서방을 데리고 와서 저 언덕에 야생화 씨앗을 흠뻑 뿌렸습니다. 이 서방은 애초에는 메밀 씨를 뿌리자, 하얀 달밤에 메밀꽃 핀 모습을 내다보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했었습니다. 노인은 겨울밤에도 메밀꽃이 피어 있는 장면을 그려보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꿈이나 꾸면서 살아가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성희도 이 서방도 초췌해진 노인이 꽃을 심고 잡초를 뽑는다고 끙끙거리는 건 별로 보기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꽃씨를 뿌리는 날, 그들은 잡초가 나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보기 좋은 잡초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엔 저 언덕이 수레국화 천지가 되었습니다. 그걸 보고 어떤 사람은 속으로 뭐 이런가 했겠지만 어떤 사람은 드러내어 "장관이네!" 했습니다. 병약한 노인은 '장관(壯觀)'이.. 2022.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