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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소설가2

요즘 누가 소설을 읽나요? 성준과 나의 소망은 킹크랩을 배가 터지도록 한번 먹어보는 것이었다. 물론 진짜 소원이랄 게 그것뿐이냐 하면 집도 갖고 싶고 차도 갖고 싶고, 아무튼 돈을 잔뜩 갖는 것이 궁극적인 소원이겠지만 우선은 킹크랩. 내 얼굴보다 큰 등딱지를 엎어놓고 스팀에 제대로 푹푹 쪄다가 집게다리부터 우적 뜯어서 한입에 와아아앙, 입속에서 게살이 사르르 녹아 없어질 테지. 게다가 킹크랩 딱지에 비며 먹는 밥은 또 어떻고. 먹어보지 않아 맛은 모르겠으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알이 그냥 봐도 한껏 고소하고 녹진하겠지. 세상에 그것보다 맛난 건 없을 거다, 아마도. 월간 『현대문학』1월호에서 단편소설「퀸크랩」(이유리)을 읽다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은 마음으로 소설가 생각을 했다. 소설가의 생활, 소설가의 낭만, 보람, 애환.. 2024. 1. 12.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예전에 교과서를 집필하고 만드는 일을 주관할 때는 함께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이렇게 묻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원고를 그렇게 쓸 수 있을까요?" "제가 잘 쓰는 것 같아요?" "그럼요, 우리 중에서 늘 최고잖아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고스톱도 할 줄 모르고 바둑이나 붓글씨, 그림 등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시작하다가 말았거든요."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답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정도라도 쓸 줄 알게 된 건, 글쎄요, 책을 한 3천 권은 봤겠지요? 그 정도면 저 같은 바보라도 문장 구성에 대한 초보적인 안목은 갖게 될 것 같아요." 그럴 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그냥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그럼 나도 3천 권을 읽고 .. 2023.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