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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석가모니3

알베르 카뮈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결혼·여름》 김화영 옮김, 책세상 2009 '이 좋은 혹은 아름다운 세상을 두고 어떻게 떠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알베르 카뮈는 에세이 「아리아드네의 돌」을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오랑 사람들은, 임종 때 마지막 시선을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이 대지에 던지며, "창문을 닫아요. 너무 아름다우니."라고 외쳤다는 저 플로베르의 친구를 닮은 것 같아 보인다. 오랑 사람들은 창문을 닫았고 그 속에 갇혔으며, 풍경을 내쫓아버렸다. 한데 르 푸아트뱅은 죽었고, 그 후에도 나날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카뮈가 본 세상은 플로베르의 그 친구, 혹은 죽을 때 너무 아름다운 바깥을 내다보지 않으려고 창문을 닫으라고 하는 오랑 사람들의 세상이었다. 오랑은 저의 모래사막도 가졌다. 해변 말.. 2023. 9. 26.
시로 쓴 부처님의 생애 : 마명보살 《불소행찬》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 역 시로 쓴 부처님의 생애 《佛所行讚》 정왜 우리말 역, 도서출판 도반 19 - 13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업의 원인과 결과는 부지런히 되풀이하여 세상의 업을 짓나니 이 세간 자세히 관찰하여 보면 오직 업만이 착한 벗이 됩니다. 여러 친척들이나 또 더불이 그 몸을 깊이 사랑하고 서로 그리워해도 목숨을 마치고 정신이 홀로 갈 적에는 오직 업만이 착실한 벗이 되어 따릅니다. 22 - 10 부처님께서는 업의 과보를 잘 아시어 물음을 따라서 모두 말씀하여 주시고 앞서서 바이살리로 가시어 암마라 숲속에 머무셨다. 저 암마라라는 여인은 부처님께서 그 동산에 이르시자 받들기 위하여 시녀 무리들을 거느리고 조용히 나와 받들어 맞이하였다. 22 - 11 모든 깊은 애정의 근원을 거두어 잡고.. 2023. 3. 7.
의문(疑問) 그는, 사막에서 눈을 하늘에 둔 채 꼼짝 않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몇 년 간을 똑바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신(神)들은 그의 지혜와 돌 같은 숙명을 질투했다. 내밀어진 그의 두 손에다 제비들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먼 나라들의 부름에 답하여 제비들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욕망과 의지와 명예와 고뇌를 눌러 왔던 그는 울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바위 위에서 꽃이 피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 돌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돌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우리가 여러 얼굴들에게서 구하는 그 비밀스러움과 그 광희는 또한 돌에 의해서도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영속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영속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얼굴들의 비밀스러움은 시들어 사라지고, 우리.. 2016.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