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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4

「샤갈의 마을」展(2010 겨울) 2010년 겨울, 「샤갈의 마을」展이 열리고 있었다(2010.12.3~2011.3.27. 서울시립미술관). 그 겨울에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약골이긴 하지만 병원에 간 적 없었는데 한꺼번에 무너져 아팠고, 41년 공직에서 퇴임을 했고, 그런데도 큰일들을 치러야 했다. 그런 중에도「샤갈의 마을」을 볼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샤갈이 그가 사랑한 러시아의 마을을 어떻게 그렸는지,「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에 등장하는 그 아낙,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지피는 그 아낙', 혹은 「忍冬잎」(김춘수)에 나오는 저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진 인간'의 눈으로 구경할 수 있으면 싶은 마음으로 그림들을 보려고 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좀 소란스럽고 무질서했다. 우리는 이미 돈이 많은 나라니까 좀 소란스럽고 .. 2023. 5. 17.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의 詩에 몰두한 적이 있다. 그의 네 번째 시집 『處容 以後』(민음사, 1982)의 표지에는 시인의 얼굴 그림이 있다. 안경을 낀 깡마른 얼굴을 스케치해 준 그 화가는 나중에 자신의 소묘집 『시인의 초상』(지혜네, 1998)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김춘수 선생은 성격 면에서 매우 찬 분이다. 성격이 더운 시인도 있고, 괄괄한 분도 있고, 오종종한 서생(書生)도 있는데, 늘 수면에 얼음 같은 게 떠 있는 분이 선생이다." "김춘수 선생이 어느 하늘 아래(옛날에 바닷가 마산이나, 뜰에 후박나무가 서 있던 대구 만촌동이나, 지금 서울 강남 아파트촌에) 계시다는 것은 마음 훈훈하다." 그러고보면 김춘수의 시에는 그 성격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차가움 안에 따듯한 마음, 섬세함이 스며 있다. 샤갈의 .. 2020. 9. 25.
三月에 내리는 눈 저 허름한 비닐창으로 폭설이 내리는 걸 보며 식사를 했습니다. 팔당이라는 곳이었습니다. 폭설이 내리는데도 사람들은 걱정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식사가 더 즐거운 것 같았습니다. 비가 진눈깨비로 바뀌었고 금방 또 폭설이 내리는 것이었는데 지상의 기온이 영상이어서 내리는대로 거의 다 녹았습니다. 잠깐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金春洙)이 생각났지만 먹는데 정신이 팔려 곧 잊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눈은커녕 쨍쨍한 곳이 한참 동안 이어졌는데 우리 동네에 들어오자 또 눈이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싸락눈이어서 차창에 부딪친 눈이 작은 유리구슬처럼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이번에는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가 생각났습니다(『徐廷柱詩選』(1974, 민음사 세계시인선 ⑫), 111쪽). 생각만 했지 그 얘기를 하진 않았.. 2019. 3. 23.
저 아주머니 저 아주머니 제법 쌀쌀한 아침, 남쪽에는 폭설이 내린다고 했지만 여기는 그냥 눈발이 날렸습니다. 조금 더 추운 날씨라면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가 생각났겠지만, 그렇게 그런 아침은 아니어서 그 대신 "샤갈의 마을에는 三月에 눈이 온다"가 생각났습니다. 아주머니가 세 아이를 .. 2018.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