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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사후세계2

"저 사진은 뭐야?"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여기 이 방은 내가 꿈꾸어온 바로 그런 곳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긴 하지만 이 정도로도 나에겐 과분하다. 서쪽으로 창이 나 있어 생각만 나면 이 아파트 도로를 오르내리는 사람들, 자동차와 배달 오토바이들을 내려다볼 수 있고 건너편 아파트도 살펴볼 수 있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는 그 불빛들을 하염없이 내다보기도 한다. 부자들과 유명 인사들이 산다는 티 하우스 뒤로는 지금은 눈 덮인 산, 가을에는 단풍이 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저녁때는 서울 방향으로는 고운 석양도 볼 수 있다. 밤이 깊으면 24시간 운영 무인 카페(24 hours open cafe)의 음악이 실낱같이 들려서 그것도 좋다. 여기에서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한다. 여유를 찾고 싶어 한다. .. 2024. 2. 27.
김지연(단편) 「내가 울기 시작할 때」(단편) 김지연(단편) 「내가 울기 시작할 때」 『現代文學』 2018년 12월호 34~54. 사후세계에 관한 여러 가설을 세워본 적이 있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야자를 땡땡이치고 바로 옆 중학교 운동장 한쪽, 가로등 불빛도 없는 계단 구석에서 몇몇과 어울렸던 때였다. 누가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신세 한탄을 했고, 모든 게 다 허무하다는 말이 오갔고, 이야기는 흘러 흘러 어차피 죽으면 다 끝이라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 우리 중에는 기독교 신자도 있었고 불교 신자도 있었고 무신론자도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신을 믿지도 안 믿지도 않는 채로 살고 있었다. 별 생산성 없는 말들,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굽힐 마음이 없는 말들이 여러 차례 오간 다음에 어둠 속에서 누가 말했다. "죽는다는 건 어쩌면 .. 2018.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