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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사모곡2

알베르 코엔 《내 어머니의 책》 알베르 코엔 《내 어머니의 책》조광희 옮김, 현대문학 2002      가엾은 엄마, 이 세상의 기쁨을 철저하게 박탈당했던 엄마,엄마, 당신이 준 내 손에 입을 맞출 수밖에 없어요.어쩔 수 없이 벌써 푸른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던, 그 작은 손. 사랑하는 엄마,그 서투른 성녀─자신이 성녀임을 알지도 못하는─아, 나의 수호신, 엄마, 내 사랑하는 딸이여!오, 내 잃어버린 젊은 시절인 엄마.오직 한 사람뿐인 나의 유일한 간호원,오 당신, 유일한 사람, 어머니, 내 어머니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내 열 살 적 예쁘던 엄마, 이제는 거의 해골로 변한 그 엄마, 천천히 흘러내리는 내 눈물에도 무심하고, 귀먹고 무감각한 내 엄마,여왕폐하,당신들, 모든 나라의 어머니들, 내 어머니의 자매인 당신들.. 2024. 11. 26.
김미선 「닻을 내린 그 후」 닻을 내린 그 후 김미선 이 핑계 저 핑계로 찾아뵙지 못하고 세월 넘겨 찾아뵈오니 아버지 풀 속에 누워 씨를 뿌리고 계시더라 뫼풀들과 소곤소곤 얘기하시느라 본척만척 하시더라 이생의 모든 업 다 풀고 풀 되어 바람하고도 한 몸이 되어 춤추고 계시더라 못내 섭섭하여 모퉁이 돌아서서 훌쩍거렸지만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더라 소복소복한 뫼풀 울타리 안겨 꽃과 나비도 부르고 계시더라 이 시인은 최근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시인의 블로그에 가봤습니다.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시간여행 생이 오고 가는 시간 사이에 슬픔 기쁨 행복 누리는 안락함이 비바람 구름 폭풍을 만나면 엎어지거나 자빠지거나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찍힌 상처도 모두 내가 밟고 지나왔거나 지나가는 길 많은 실수와 잘못함으로 .. 2020.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