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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비둘기3

다정함·부끄러움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갔었습니다. 나 때문에 나 혼자 다녀오는 대부분의 날들보다는 운전이나 뭐나 신경이 더 쓰이지만 덜 심심합니다. 진단을 위한 사전검사를 받고 뜰에 나가 앉아서 쉬었습니다. 아침 일찍 검사 받고 오후에 진료를 받아야 하므로 쉬는 것이 아니라 네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정원에 참새 몇 마리가 다녀가더니 이번에는 비둘기 한 쌍이 와서 쉬었습니다. 그것들이 얼마나 다정하던지... "저것들도 저러네?" 아내가 말했습니다. 나는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젊었을 때는 속으로 '에이, 비둘기 같은 사람!'이랄까봐 부끄러웠을 것인데 지금은 '에이, 비둘기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니겠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에이, 비둘기만도 못한..."일 것 같습니다. 나는 이러나저러.. 2023. 9. 12.
동행同行 동행同行 # 장면 1 비둘기 두 마리가 부리를 맞대고 날개를 퍼덕거린다. '저것들이 왜 저러지? 서로 먹으려고 싸우나?' # 장면 2 이내 잠잠해진다. 두 마리의 입에 각각 하얀 게 물려 있다. # 장면 3 두 마리가 포개져서 날개를 퍼덕거린다. 먹이인 듯한 건 그대로 물고 있다. # 장면 4 장면 2와 .. 2017. 6. 10.
비둘기 신세 한때 비둘기를 애용(愛用)한 정치인도 있었습니다. 서울역 광장 같은 곳에 운집한 사람들 앞에서 가두어 놓은 비둘기들을 풀어주면 수많은 비둘기가 마치 '평화'나 '자유'를 찾아가는 것처럼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고, ‘평화’라는 단어가 저절로 가슴을 적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는지, 운동 경기를 할 때 그런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지상의 전철역 같은 곳에서 모이를 찾는 비둘기들을 보면 참 평화롭고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이것들과 이렇게 다정한 사이로 살아가고 있구나……' ‘온세상에, 이와 같은 평화가 깃들어야 할 텐데……’ 그때는 그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아 오가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조심했고, 어쩌다가 하필이면 그 비둘기 무.. 2014.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