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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블로그 '강변 이야기'2

이성의 처참한 비극 ……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선고받는 위협에 직면했을 때,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이 단 한 가지 우월성만을 인정한다. 즉,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자기가 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무렵의 여러 세기에 걸쳐 가장 모범적인 삶과 사상이 무지(無知)의 당당한 고백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그것을 잊어버리면서, 우리는 우리의 사내다움을 잊어버렸다. 우리가 택해 온 것들은, 오히려 위대함을 흉내내는 일, 첫째로 알렉산더, 그 다음에는 우리의 교과서 저자들이 더할나위 없는 어떤 비속함으로 우리에게 찬미하도록 가르치는 로마의 정복자들이다. 우리 역시, 정복하고, 국경들을 옮기고, 하늘과 땅을 지배해 왔다. 우리의 이성은 모든 것을 쫓아 버렸다. 마침내, 우리는 혼자서 한 사막을 지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자.. 2011. 7. 1.
이재무 「꽃그늘」 꽃그늘 이재무 꽃그늘 속으로 세상의 소음에 다친 영혼 한 마리 자벌레로 기어갑니다 아, 고요한 나라에서 곤한 잠을 잡니다 꽃그늘에 밤이 오고 달 뜨고 그리하여 한 나라가 사라져갈 때 밤눈 밝은 밤새에 들켜 그의 한 끼 식사가 되어도 좋습니다 꽃그늘 속으로 바람이 불고 시간의 물방울 천천히 해찰하며 흘러갑니다 이재무 시인의 이 詩는 상봉역에 내려가 면목동 방향 중간쯤에 서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각자 저런 자벌레다, 우리의 영혼도 저런 자벌레의 영혼일 것이다, 그런 얘기겠죠. 시인이 그렇다면 당연히 그런 거죠. 어쩔 수 없는 거죠. 자벌레라면 싫다, 밤새의 밥이 되는 건 죽어도 싫다, 그렇게 말하면 웃기는 거죠. 더구나 세상의 소음에 다쳐 꽃그늘 속으로 들어갔으니까요. 더구나 천천히 해찰하며 가도 된다.. 2011.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