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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분노3

왜 자꾸 화가 나지?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 플루타르코스 윤리론집 《수다에 관하여》 중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 천병희 옮김, 숲 2010 지나가는 사람을 공연히 때리고 죽이고 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아내는 나더러 조심하라고 합니다. 하기야 가까운 사이에도, 부부간에도 화가 나서 싸우고 죽이고 했다는 뉴스도 보게 됩니다. 지난번에 읽은 플루타르코스의 윤리론집 《수다에 관하여》에는 몇 가지 이야기가 합본되어 있었습니다.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도 그중 한 가지인데 대화체로 되어 있었습니다. 밑줄 쳐 놓았던 문장들입니다.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평생을 치료가 필요한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무소니우스) 이성이 치료제 역할을 할 경우 (...) 혼 안에 남아 우리의 판단을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일세.(63) 분노는 이성을 집에서 완전히.. 2021. 2. 8.
알 수 없는 분노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푸아예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함께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면,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삶의 공허함과 무의미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과 달리, 이 세상의 아둔함, 더 정중하게는 비논리를 슬플 만큼 경솔한 행동이라고 이해했고, 여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으며, 뿐만 아니라 웃으며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했다.(231~232) * 소설 『순수 박물관』(오르한 파묵)에는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이라는 표현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면, (...)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삶의 공허함과 무의미함을 느끼게 된다." 삶의 공허함, 무의미함? 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만큼 긍정적이었나? 천만에요! 사는 데 정신이 팔려서 이 생각 .. 2020. 7. 4.
괜찮은 척하기 Ⅰ 인형 '하나'가 밟혔습니다. 어둑어둑해서 몰랐고, 이게 뭔가 싶어서 내려다봐도 녀석은 무표정했습니다. 아픈 표시도 내지 않고 밟으려면 실컷 더 밟아보라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어두운데 왜 여기 혼자 있지?" "굳이 물을 것 없지 않겠어? 괜히 뭘 묻고 그래?" Ⅱ 측백나무 화분 위에 앉혔습니다. 내가 데리고 들어갈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내일이라도 찾아가겠지…….' "외로워 보이는데?" "천만에! 웃기지 마! 난 괜찮아! 전혀!" Ⅲ 괜찮다고는 했지만, 이제 영영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거나 어쩌면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일 아침, 다른 아이가 집어가거나 떡볶이를 담았던 일회용 컵, 과자봉지 같은 것들과 함께 아파트 청소 담당자의 쓰레기봉투에 들어간다면 곧 끝장일 .. 2015.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