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2 푸릇푸릇하고 아름답던 그녀의 블로그 참 정겹던 한 블로그가 문을 닫아버렸다. 정년 퇴임을 했고 열렬한 가톨릭 신자이고 두 딸을 두었고 외손자 외손녀를 사랑하는 일에 푹 빠져 있고 남편과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사흘돌이로 함께 다니며 자신이 미소 지으며 서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초로의 여성이었다. 충북 어느 시골 초등학교 영양교사로 시작한 직장 생활이나 친정 부모의 유산 문제로 아웅다웅하는 일이 벌어지자 '그래, 맘대로 해' 넉넉한 마음으로 후퇴한 이야기 등등, 나는 오랫동안 그녀의 블로그를 열독해왔는데 덜컥 문을 닫은 것이다.처음에 다른 블로그 이웃으로부터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곧 돌아오겠지 했는데 ─ 그때 얼른 전화라도 해봐야 했는데 ─ 그 이웃이 다시 연락하더니 이런, 전번조차 바꿔버렸다네? 짚이는 데가 있긴 하.. 2025. 5. 10. 달빛 가득한 밤 서울에 가면 이런 시간에도 불야성이겠지.서울 아니어도, 가로등만으로도 밤새 하얗게 밝은 곳도 얼마든지 있지.자칫하면 세상이 쓸쓸한 줄도 모르고 외로운 곳인 줄도 모르게 되지.건너편 아파트를 내다보면 매일 밤 몇 집은 밤새 불을 밝히고 있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나?' '누가 아파서 도저히 불을 끌 수가 없나?'...... 그런 걱정 없이 자리에 들며 그나마 다행이라는 느낌으로 잠들게 되지. 이곳은 전혀 달라.가로등이 없어.너무 적적해.개울 건너편 나지막한 집 보안등만 밤새 반딧불처럼 깜빡여.나만 불을 밝혀두면 온갖 벌레들이 다 모여들겠지. 내가 모르는 짐승 두어 마리가 저 집 뭐 하는지 가보자고 할 수도 있겠지. 나는 그건 싫어. 걱정스러워. 그렇게 잠들면 반쯤 열어놓은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온 달빛.. 2024. 5.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