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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봄편지2

K 교사의 봄편지 선생님. 자정이 지났습니다. 술도 반 병 해치웠습니다. 치고받고 싸운 두 녀석 부모 만나 중재하고, 한쪽은 한부모 가정의 엄마라서 우는 걸 달래고, 다른쪽은 지역 유지라 그 아이가 다른 애를 때려 놓았는데도 "요즘 아이들 폭력성 운운" 하는 것을 뻔히 보고 있어야 하는 짓을 했습니다. 하도 속상하고 가슴 답답해서 외부 사람 만나서 교장샘 욕, 아그들 욕 실컷 했습니다. 까짓것, 저거도 막 나가는데, 나도 막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운동회 무용, 우리 학년엔 후배들뿐이어서 제가 자원한 다음, 2주 넘게 음악줄넘기 연수 받고 동영상 찍고 음악 준비하고 난리쳤는데, 기어이 7080 코드인 부채춤을 하라고 강권하셔서 결국 애매한 부채춤 담당자 하나 더 생기고, 저는 그 음악줄넘기를 단체경기로 .. 2011. 5. 3.
봄 편지(Ⅰ) 봄은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침묵으로부터 온다. 또한 그 침묵으로부터 겨울이 그리고 여름과 가을이 온다. 봄의 어느 아침, 꽃들을 가득 달고 벚나무가 서 있다. 그 하얀 꽃들은 그 가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침묵의 체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그 꽃들은 침묵을 따라서 미끄러져 내려왔고, 그래서 하얀빛이 되었다. 새들이 그 나무에서 노래했다. 마치 침묵이 그 마지막 남은 소리들을 흔들어 떨쳐버리기라도 한 듯이 그 침묵의 음(音)들을 쪼아 올리는 것이 새들의 노래인 것 같았다. 나무의 푸른빛 또한 돌연히 나타난다. 한 나무가 다른 한 나무 곁에 푸른빛으로 서 있는 모습은 그 푸른빛이 침묵하면서 한 나무에게서 다른 한 나무에게로 옮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대화할 때 .. 2009.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