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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봄이 오는 길2

"봄이 폭발했다" 오늘이 경칩(驚蟄)이죠? 개구리가 봄이 온 것도 모르고 늦잠을 자고 있다가 놀라 깨어난다는 날. 봄이 진짜 완연했습니다. 하기야 입춘 지난 지 한 달이잖아요? 그 사이에 우수(雨水)도 지났고요. 봄은 늘 이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왔던가요? 지난 1일에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폭설이 내려서 눈에 갇힌 사람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일곱 시간을 추위에 떨었다는데 그렇게 오들오들 떨며 "봄인데 이 고생이네" 했겠습니까? "아무래도 아직은 겨울이야" 했기가 십상이지요. 그런데 사나흘 후 '완연한 봄'이라고 하면 이건 눈 깜빡할 사이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봄은 슬며시 오는 게 아니라 "짠!" 하고 불쑥 얼굴을 내민 거죠. 그러니까 개구리도 "앗! 봄이야?" 하는 것이겠지요. 말벌과 파리 떼들의 윙윙거리는 소리와.. 2021. 3. 5.
겨울화단 몸이 좀 더 망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감지하는 순간들에는 서글퍼지지만 곧 평정을 되찾게 됩니다. 그렇겠지, 그럴 수밖에 없겠지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당장 자리에 눕는 건 아니니까 우선은 받아들이기도 수월합니다. 이러다가 어느 날 일어나기조차 어렵게 되면 그때는 그때의 사정대로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좀 걸어보자 생각했습니다. 살려고 걷는다고 해도 좋을 것이고, 걷는 시간에 철학적인 생각을 하거나 무슨 혁신적인 생각 같은 걸 할 필요도 없어서 언제부터인지 취미가 된 잡된 생각을 마음놓고 할 수 있고 그건 참 재미있는 시간이니까 그런 점에서도 걷는 건 좋은 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봄은 어디에, 어떻게 오고 있는가 하며 걷다가 저쪽 산에 눈이 내린 걸 보았고, 그러자 문득 초임교사 시절에 아이들을 데리고 산.. 2019. 3. 31.